행복을 리추얼하는 작가 / 라이프코치 노태영
행복을 리추얼하는 작가 / 라이프코치 노태영

서울대 소비 트렌드 분석센터가 최근 발표한 2022년 트렌드 키워드 중 하나가 ‘러스틱 라이프(Rustic Life: 시골풍의·소박한·투박한)’다. 트렌드 코리아 2022(저자 김난도, 이준영, 이향은)에서는 러스틱 라이프는 ‘날것의 자연과 시골 고유의 매력을 즐기면서도 도시 생활의 여유와 편안함을 부여하는 시골향 라이프 스타일’이라고 정의한다. 흔히 말하는 귀농, 귀촌이 아닌 생활의 기반은 도시에 두고 여유 시간을 시골에서 즐기는 방식으로 쉬운 표현으로는 도시반, 농촌반의 삶을 사는 것이다.

 

코로나19상황의 장기화로 우울감, 스트레스를 호소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한 플랫폼 기업이 실시한 설문 결과에 따르면, 전체 응답기업의 직원 21.8%, 3명 중 1명이 ‘코로나 블루’를 겪고 있다고 한다.

 

종편에서 인기리에 방영 중인 ‘나는 자연인이다’ 프로그램은 초기 중장년 남성들이 즐겨봤지만, 지금은 다수의 사람들이 방송을 보며 대리만족을 느끼고 있고, 실제 한국인이 좋아하는 TV프로그램 선정 조사에서도 상위권에 꾸준히 머무르고 있다.

 

필자의 주변에도 자연인의 삶을 동경하며 로망이라고 말하는 이들이 제법 있다. 세상과 맞짱 뜨며 치열하게 살아왔기에 언젠가 꼭 가야 할 길이라고도 한다.

 

후배 L은 작년에 도반 농반을 실행에 옮겼다. 일하는 터전과 휴식하는 터전, 두 집 살림을 시작한 것이다. 재택 등으로 근무환경에도 변화가 있다 보니, 농반 비중을 높였고 이제는 농사에 관심을 보이기까지 한다. 배추와 상추도 분간 못했던 후배는 올해 마을 어르신들의 도움을 받아 김장을 했다며 너스레까지 떨었다.

 

이런 후배를 보고 시골집을 알아봐 달라는 지인들이 있어 마을 이장에게 물어보니 매물이 없다며, 시골집 품귀현상이 일어나고 있다는 것이다.

 

L은 “선배도 알다시피 나는 물욕 때문에 온전한 귀촌은 힘들어요. 이렇게 도반 농반만으로도 삶의 질이 달라졌어요. 아토피가 호전된 것만으로도 감사하죠. 예전에는 분위기 좋은 카페를 찾아다녔지만, 이제는 논밭 뷰에 마음이 더 끌려요. 풀멍은 뇌가 리셋되는 느낌이고요”라며 러스틱 라이프를 예찬했다.

 

이와는 상반되게 2022년 또 하나의 트렌드 키워드 ‘머니 러시(수입을 다변화하고 극대화하고자 하는 노력)’도 관심을 끈다. ‘빚투’, ‘영끌’을 넘어 돈을 향해 돌진하는 시대가 펼쳐질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도 있지만, 자본주의 사회에서 개인 역량이라는 의견도 있다.

 

미국의 사상가·시인·철학자 헨리 데이비드 소로(1817~1862)가 문득 떠오른다. 월든 호숫가에 오두막을 짓고 2여 년 동안 자연 속에서 자급자족하는 삶을 살며, 자연에서 가치를 발견하고 마음의 풍요를 채운 진정한 자유인이었다.

 

‘우리는 왜 지금보다 더 많은 것을 얻으려고만 노력할 뿐, 더 적게 가지고도 만족하는 법은 배우려 하지 않을까’(헨리 데이비드 소로의 ‘월든’ 중에서)라는 소로의 질문은 ‘풍요 속의 빈곤’ 시대를 사는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미니멀 라이프, 마이너스 삶이 주는 행복을 누리려 5년 전, 귀촌한 필자에게도 여전히 고민스러운 화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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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안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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