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정규직이 정규직으로의 전환은 진정 낙타가 바늘구멍으로 들어가는 것 만큼 어려운 것인가.
고용노동부가 기간제법을 시행한지 5년이 지났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정규직 전환은 '좁은 문'인 것으로 나타났다.

2년 이상 계약직을 고용하지 못하도록 제한하고 있는 '기간제 및 단시간 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기간제법)이 시행된 뒤 2년이상 한 직장에서 근무한 비정규직이 정규직 전환으로 전환되는 비율이 3%에 불과했다. 이는 최근 조사에서 나온 결과로 한 번 기간제근로자였던 사람은 이후 정규직으로 '신분상승'을 하기 어렵다는 것을 여실히 반증하고 있다.

정부가 기간제법에 대해 공식적으로 분석 결과를 발표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지난 17일 고용노동부가 공개한 '고용형태별 근로자패널조사' 결과에 따르면 2010년 4월 기준 기간제법 적용 근로자 114만5400명 중 같은 직장에서 2년 이상 근무해 정규직으로 전환된 근로자는 3만4700명(3%)에 그쳤다. 나머지 97%는 계약기간이 2년을 경과해 '중규직'으로 불리는 무기계약직으로 변경되거나 이직을 선택했다.

무기계약직이란 임금 등 근로조건이 비정규직일 때와 크게 다르지 않으면서 기간제법에 의해 '계속고용'을 보장받은 사람을 말한다. 기간제법은 기간제근로자가 2년 이상 일하면 더 이상 기간제근로자가 아닌 것으로 간주한다. 징계로 해고를 당하거나 정년이 되지 않는 이상 고용을 보장받는다는 뜻이다.

비정규직 근로자를 보호하기 위해 만들어진 기간제법이 결국 무기계약직만 양산시키고 있는 셈이다.
법이 시행된 뒤 무기계약직은 고용은 보장받지만 임금이나 노동조건에서 정규직과 차이를 둘 수 있는 제3의 고용형태로 노동시장에서 확산되고 있어 차별이 고착화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기간제근로자는 영세 사업장(근로자 100인 미만)에서 일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이 사람들이 모두 고용을 보장받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2010년 4월 기준, 영세 사업장의 기간제근로자 수는 76만여명으로 큰 사업장(100인 이상) 21만2000여명보다 3배 이상 많다. 영세 사업장은 사업주가 기간제법에 대한 인식이 없는 곳이 많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다른 직장으로 옮긴 사람(30만7000명)도 사정은 크게 다르지 않았다. 이직해서도 비정규직 처지를 벗어나지 못한 사람이 42만7000명(73.6%)이었다. 용역 등 다른 형태의 비정규직이 된 사람이 12만명(39%), 여전히 기간제로 일하는 사람은 10만6000명(34.6%)이었다. 반면 정규직이 된 사람은 6만1000명(19.8%)이었다. 같은 직장에서 일하지도, 직장을 옮기지도 않고 실업자가 된 사람은 6만9000명(전체 기간제근로자의 6%)이었다. 구직단념자, 주부 등 비경제활동인구가 된 사람은 10만4000명(9.1%)이었다.

기간제법의 핵심 내용 중 하나인 차별시정제도에 대한 인식은 법 시행 5년이 지났지만 나아지지않고 있다. 비정규직의 근로조건과 격차는 개선됐지만, 차별 시정 노력이 없는한 비정규직이 정규직으로의 전환은 요원한 바람일 것이다. 특별한 사유 없이는 비정규직을 채용할 수 없도록 법을 강화하고, 무기계약직과 간접고용 노동자들에 대한 대책을 시급히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한결같은 지적이다.

SNS 기사보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