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안군의회 의원 김영인
태안군의회 의원 김영인

태안 황금 들녘이 콤바인의 삭발식에 따라 아름다운 자태를 감춰가고 있습니다.

떠나는 것은 아름답다고 했는데 노랗게 물들였던 벼들이 휑하니 삭막한 공간으로 변해가고 있으니 조망하는 입장에서는 안타깝고 아쉽겠지만 봄부터 흘린 땀의 대가를 쓸어 담아내는 농부의 마음속엔 수확의 기쁨과 수량의 기대가 한껏 부풀어 오를 것이라 사료됩니다.

노력만큼의 가치가 창출되고 땀의 결과는 정직하기에 그래서 농자천하지대본(農者天下之大本)의 숭고한 뜻이 농민들의 가슴에 노랗게 물들어가길 소망해봅니다.

농경을 시작하기 이전 인류는 동물을 사냥하고 식물을 채집하며 생존을 이어왔고 항상 포식자를 피해다니며 내일을 기약할 수 없는 극도의 불안한 오늘을 살아가고 있었습니다. 마침내 빙하기가 끝나고 지구의 온도가 점점 올라가면서 매머드 같은 대형 동물들이 사라져갔고 토끼와 사슴 같은 덩치가 작은 동물들이 급증하며 사냥하기가 매우 까다로워지자 수렵 채집 기술이 발전되면서 인구가 점점 늘어나게 되었으며, 증가한 인류를 부양하기 위해 식량을 확보하는 방식의 변화가 필요해지며 인류는 주변에 자라고 있는 여러 식물들에 주목하게 되었고 우연히 뿌린 곳에 싹이 나는 것을 발견하게 되었는데 이것이 농경 생활의 시초이며 지금부터 1만 년 전의 사건이요 역사였습니다.

인류는 여러가지 작물들을 실험하게 되는데 가장 손쉽게 재배가 이루어진 작물이 바로 밀이었다고 합니다. 이후 보리, 옥수수, 콩 등이 작물화 되었고 가장 늦게 재배된 것이 오늘날 우리의 주식이 된 쌀이었다고 합니다. 농경 기술이 발전하면서 더 이상 수렵 채집을 하지 않아도 식량 공급이 충분해지고 이 과정에서 인간이 마을을 형성하며 살기 시작하면서 집단 거주가 본격적으로 이루어지게 되었습니다. 사람들이 모여 살다 보니 육체적인 협동과 지식 공유를 하게 되는데 그 결과 가축과 농작물로부터 얻게 되는 생산량이 많아졌으며 일부 능력 있는 농부들은 이제 먹고 남을 만큼의 재산을 축적하게 되었고 잉여재산이 발생되자 마을 단위는 점점 커지게 되었고 부족 단위가 형성되면서 자신의 것을 지키기 위한 군대와 법이 만들어졌고 점진적으로 국가와 비슷한 조직체가 만들어지게 되었는데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태안 또한 그때 어느 부족들에 의해 탄생된 곳임이 틀림없을 것입니다.

이렇듯 농경은 짧은 시간 동안 인간의 삶을 획기적으로 변화시켜주었습니다. 오늘날 첨단기기를 다루고 전 세계를 정복하고 있는 인류는 1만 년 전만 해도 뱀을 가장 두려워하며 나무 위에 집을 짓고 뱀으로부터 탈출하기 위해 안간힘을 썼던 DNA가 오늘날까지도 남아 뱀에게 물려본 적이 없는 수많은 사람들이 뱀을 두려워하고 징그러워하는 이유일 거라 나름 생각해봅니다. 그래서 인간들은 서로 협력하지 않으면 힘 센 자들에게 공멸한다는 것을 일찍부터 깨닫게 되었고 농경을 통한 정착생활로 새로운 삶의 방식을 터득하여 인류 역사를 획기적으로 변화시켜 오늘날까지 견인한 것은 농업이 근본이었으며 그래서 농자천하지대본이라 감히 확대해석을 해봅니다.

농경을 한마디로 정의한다면 ‘자연과 인간의 길들여짐’이라 피력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적극 공감하고 폭풍 동의해봅니다. 인간을 만물의 영장이라 추켜세우지만 거대한 자연의 심술에는 명함조차 내밀 수 없는 재난들을 수없이 겪어왔으며, 그래서 그런지 많은 직업군 중에 농민들이 특히 순박하고 자연에 대한 경외감이 높은 것 같습니다. 가을 녘 들밥을 먹으면서 조차 자연신에게 예를 갖춰 고수레를 하는 작은 의식을 그냥 가볍게 볼 수 없는 대목이라 강변해봅니다. 이러한 정신으로 자연과 인간이 길들여진 세월이 장장 1만 년이 된다는 농경은 어떠한 철학서보다, 검증된 과학지식서보다 상위의 개념으로 다시금 농자천하지대본을 주창해봅니다.

농부들이 일상에서 가장 기쁜 순간은 작물이 꽃이 필 때와 그리고, 물을 주고 나서 싱싱하게 되살아나는 이파리를 바라볼 때라고 했습니다.

흔히, 쌀 미(米)를 파자(破字)하여 ‘팔십팔(八十八)’이 되는 것은 쌀이 만들어지기까지 벼농사에 여든여덟 가지의 작업이 따르는 것을 뜻한다고 합니다. 꼭 그 숫자가 아니더라도 그만큼 손이 많이 간다는 뜻일 것입니다.

또한, ‘일미칠근(一米七斤)’이란 사자성어에는 쌀 한 톨 속에 농부의 땀이 일곱 근이나 베어 있다는 의미인데, 어찌 쌀 한 톨이라도 소홀히 할 수 있겠습니까?

대통령도 대기업 총수도 밥을 먹지 않고서는 살 수가 없습니다. 먹는 것은 모든 것의 근본입니다. 먹거리를 생산하는 농업, 농촌은 인류의 뿌리이며 기둥일 지언데 그 뿌리인 농촌의 존재가 점차 가치를 잃어가고 있습니다.

수입개방으로 생산비도 못 건지는 악순환이 되풀이 되고 있으며, 가뜩이나 최저임금 시행으로 인건비가 급격하게 상승하여 힘들었는데, 일할 사람조차 구하기 힘들어 웃돈을 주고서라도 구하는 처지가 되었으며, 특히, 코로나로 인하여 외국인 근로자의 입국제한으로 인력난은 심각합니다. 이에 더해 풍년이 들어도 과잉생산과 수입농산물을 걱정하는 농촌의 현실은 막막하기만 합니다.

“김매는데 해는 한낮, 땀방울이 곡식 아래로 떨어지네. 밥상에 담긴 밥을 누가 알랴. 알알이 모두 다 괴로움임을” 당(唐)대의 시인으로 민초들의 고달픈 인생을 세속적인 언어로 노래한 이신(李紳)의 작품 ‘민농(憫農)’에 나오는 글귀가 오늘따라 사무치면서 올해만큼은 제값 받는 풍년농사를 기원하면서, 군민들의 가을걷이의 노고를 위로해드리며 농자천하지대본을 태안 들녘에서 심도 있게 풀이해봅니다.

 

 

SNS 기사보내기
태안미래
저작권자 © 태안미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