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수남
류수남

우리가 살다보면 실리(實利)와 명분(名分)이 충돌(衝突)할 때가 있다. 이런 충돌은 법과 원칙을 준수하는 정치와 행정도 예외가 아니다.

특히 정치권은 실리를 찾는다며 그럴듯한 명분으로 위장하는 경우가 있다. 실리와 명분의 충돌은 놓자니 깨지고, 들자니 무거운 진퇴(進退)가 양난(兩難)한 경우다.

이런 경우가 오죽이나 많으면 노랫말에도 사랑(愛)을 따르자니 스승(師)이 울고, 스승을 따르자니 사랑이 운다고 했을까? 이해(利害)의 충돌은 서로가 서있는 위치(位置)나 바라보는 방향(方向) 그리고 생각들이 달라서이다.

그래서 충돌의 현장에서는 누구나 상대의 말은 무시하고 자기주장만 한다. 지금 태안군의 민원들이 그렇다. 민원들 중에는 2020년10월7일~2021년10월6일까지 허가한 바다골재 채취기간 연장을 놓고 업자들과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허가 기간 만료(滿了)라는 태안군의 주장에 사업자 측은 반발한다. 2개월의 금어기(禁漁期)와 광구(鑛區)내 양질(良質)의 모래부족, 또 야간작업(夜間作業)제한과 기상악화(氣象惡化)에 따른 작업통제로 허가물량 미확보 등의 이유를 들어 반대하며 허가량 확보(確保)시까지 연장을 요구하고 있다.

집행부와 사업자와의 충돌에서는 모두가 같이 가는 실리를 찾아야한다. 특히 예기치 못한 기상악화로 모래채취가 불가능했다면 태안군은 업자들의 요구를 수용해야한다. 부정과 비리가 아니라면 탄력행정을 해야 한다.

그리고 허가량을 채취해야 군정에 도움이 된다면 군민과의 약속이라는 포괄적인 주장보다는 업계의 입장을 이해하고 같이 가야한다. 식솔을 책임지는 가장(家長)이나 군민을 책임지는 군수(郡守)는 어설프고 막연한 명분보다는 실리에 무게를 둬야한다.

특히 코로나19로 곳간이 바닥났다면 세수(稅收)확보를 위해 업계와 상생할 수 있는 실리를 찾아야한다. 옛말에도 수염이 대자(5尺)라도 먹어야 양반이고, 산 목구멍에 거미줄 칠 수는 없다고 했다.

그래서 군민을 우선하는 군정(郡政)을 위해서는 약속이라는 명분보다는 군민을 살리는 실리(實利)가 우선이다. 지금 코로나19로 신풍절비옹(新豊折臂翁=전쟁으로 고통 받는 백성의 고단한 삶같은..)같은 어려움을 겪는 태안군의 실정(實情)을 보면서 하는 말이다.

약속은 공사(公私)사를 불문하고 누구나 지키는 것은 맞다. 그리고 공인(公人)이 사익(私益)을 위해 약속을 어긴다면 이는 지탄을 받아야 한다.

그러나 공익을 위해 약속을 못 지킨다면 이는 약속(約束)을 어긴 것이 아니다. 변경(變更)이다. 다만 변경사유는 군민들에 알리고 군민들은 이해하고 수용을 해야 한다.

만약 이해(理解)를 못하고 억지를 쓰는 주민들이 있다면 찬반토론(贊反討論)을 할 수 있는 공론(公論)의 장(場)을 만들어 의견(意見)을 수렴해 결정하면 된다.

그러면 잡음(雜音)이 없다. 누구나 공사(公事)결정이나 이해충돌과정에서 객관성과 공익성이 결여(缺如)된 주장은 이기(利己)를 위한 억지요. 반대(反對)를 위한 반대라 할 수 있다.

그래서 포괄적인 약속은 포괄적 방법을 찾아 이해시키면 된다. 약속이라는 생일 때문에 이레를 굶을 수는 없다. 그러니 집행부와 사업자와 군민들은 갈 길을 잃었는데도 길을 찾지 않는 미자불문로(迷者不問路)보다는 여럿의 말을 들으면 현명해진다는 겸청즉명(兼聽則明)하는 노력을 하라. 그러면 모두가 웃을 수 있다. 두고 볼 대목이다.

SNS 기사보내기
태안미래
저작권자 © 태안미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