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청에 시절들만 모여 있나벼! 당최 말귀를 못 알아 먹는구먼!"

주민이 군청에 가서 어떠한 민원업무를 보고 난 뒤 담당 공무원들에게 불만을 가득 안고 나오면서 뱉어 낸 소리다.

태안에서 '시절'은 철이 들지 않은 사람이나 모자란 생각을 갖고 있는 사람을 말한다. 또는 바보를 시절이라고도 표현한다.

시절(時節)은 계절을 뜻하는 고유명사인데, 태안에서는 고유명사의 뜻을 훨씬 뛰어 넘어 코믹한 표현으로 사용되고 있다.

시절이라는 소리를 들으면 불쾌할 수 있지만, 어른들이 아이들에게 '시절'이라고 하는 표현은 좀 더 현명하기를 바라는 마음이 더 크다.

친구들끼리 서로 약 올리기 위해 '시절'이라고도 부른다. 내포하고 있는 뜻은 불쾌하지만, 위트가 넘친다.

태안에 시집 온 며느리가 일 머리가 부자연스러워 집안 일을 망쳤을 때, 시어머니가 며느리에게 '시절이네...'라고 말하는 경우도 시어머니의 며느리 사랑에서 나오는 표현으로 정작 바보를 뜻하지는 않는다.

이러한 지역정서를 모르는 다른 지역 사람들이 '시절'이라는 소리를 듣고 그 뜻을 그대로 해석하여 마음의 상처를 받거나 화를 내는 경우도 있다.

얼마 전 '시절' 같은 공무원들 말만 믿고 관공서의 시책사업에 참여했다가 사업에 망한 사람들이 있었는데, 그 표현이 이렇다.

"공무원들 때문에 농사짓던 사람들 여럿 시절됐슈~"

시절보다 더 큰 바보의 표현으로 '우절'이라고도 표현한다.

"저것은 시절도 못되는 우절이여"

'우절'은 한자어로 비오는 계절을 뜻하는데, 바보와 비오는 날은 깊숙한 연관성이 있다.

비오는 날 이유 없이 비 맞고 돌아다니면 어른들에게 ‘정신 나간 녀석’이라는 소리를 듣게 된다. '우절'이라는 표현이 '정신 나간 녀석'에 근거가 있는 표현일 수도 있다고 점쳐 본다.

시절을 모르는 나무가 겨울에 꽃을 피웠다.(태안읍 평천리/2011.12.3)
시절을 모르는 나무가 겨울에 꽃을 피웠다.(태안읍 평천리/2011.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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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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