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요하/소설가 시인
지요하/소설가 시인
21세기는 한국인 남성과 외국인 여성의 결혼, 한국인 여성과 외국인 남성의 결혼이 증가함에 따라 다문화가족(Multi-cultural Family)이 급속히 증가했다.

불과 30년 전까지만 해도 다문화가족은 ‘결혼이민가정’이라 칭하여 부르기도 하였으나, 2002년 결혼이민자정책이 수립되면서 ‘다문화가족’으로 명칭이 변경되었다.
그러면서 가정과 사회에서 이들을 바라보는 시선도 달라졌다. 이들에 대한 사회적 배려도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그러나 부부간에 있어 언어사용과 문화차이로 인한 여러 갈등의 문제가 생겼으며, 이러한 상황은 점점 심각해지고 있다.

우리 지역의 다문화가정을 예를 들면, 이들은 주로 농사(인삼, 깻잎, 벼농사, 도라지 등)를 지어 가족의 생계를 유지하고 있는데, 아내와 남편 사이에서 언어의 불편으로 인한 갈등은 생활의 어려움을 가져올 정도로 자주 표출되고 있다. 다문화가정의 70% 정도가 생활보호 대상자라는 사실도 중요하다. 생계 수단에 얽매어 서로 공부할 수 있는 시간이 별로 없는 것도 문제다.
그러다 보니 서로의 문화를 이해하지 못하고 이로 인하여 갈등의 골이 깊어가는 것이다.

쌍방향 언어문화 교육의 필요성은 이러한 문화적 갈등을 해소하고자 하는 데서 시작한다.
지금까지의 다문화가정에 대한 교육은 아내에 대한 한국어와 한국문화 교육에 치우쳐 왔다.
이러한 일방적인 교육방식은 부작용을 초래할 수밖에 없다.
한국어를 주입하고 한국문화를 체득하게 한다고 해서 한국인이 되는 것은 아니다.
성장배경과 교육방식이 다른데 하루아침에 한국인이 될 수는 없다. 한국을 이해하기 전에 한국에 대한 거부감이 드는 경우도 있다. 나이 차이가 많고 가부장적인 남편에 대한 거부감이 한국에 대한 거부로 나타나기도 한다.

한국인 남편은 아내를 이해하려 하기보다는 언어폭력이 앞서는 경우도 많다.
자신이 아내의 나라 언어를 배우기보다는 한국어 능력이 미흡한 아내를 탓하는 것을 쉽게 볼 수 있다.
이제는 남편에 대한 교육이 필요하다.
남편이 아내 나라의 언어와 문화를 익히는 것이 부부간의 갈등을 조화롭게 해결할 수 있는 지름길이다. 남편이 아내 나라 말을 적당히 하는 것도 아내를 위한 최소한의 배려가 될 것이다.

우리나라에 시집온 여성들의 경우 대부분이 경제적인 이유가 가장 많다. 돈을 벌어서 본국에 보내겠다는 생각으로 입국하여, 어느 정도 언어가 되고 국적을 취득하게 되면 가출을 시도하는 것을 볼 수 있다.
근자에 한 마을의 결혼이민 여성들이 단체로 가출하기도 하였다.
남편들이 아내를 좀 더 깊이 이해하고 문화적 충돌을 이겨낼 수 있었으면 그런 일이 발생하지 않았을 수도 있다. 서로를 배려하는 심정으로 각각 쌍방향으로 언어와 문화를 습득해야 한다. 억지로 한국인으로 만들려 하지 말고 서로 배려하면서 언어와 문화를 공유하는 것이 중요하다.

베트남의 아오자이란 옷에 관해 잘 알지 못하면 그 옷을 입은 사람을 볼 때 민망한 광경을 연출할 수도 있다. 필리핀의 여성을 알기 위해서는 필리핀 식의 천주교에 대해서 아는 것도 필요하다.
각 나라별로 독특한 문화와 언어가 있는데 그것을 무시하고 무조건 한국인이 되어야 한다고 강요하는 것은 문화적 충돌을 야기할 소지가 된다. 이제는 쌍방향으로 언어문화를 습득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야 한다. 지자체와 학교가 합심하여 문화적 갈등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협조해야 한다.
‘다문화가족 쌍방향 언어문화 교육’은 현재 다문화가정의 가족 구성원들이 당면하고 있는 언어와 문화를 상호 연계하여 쉽게 인식하고 이해할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하고자 하는데 바탕을 두고 있다.

중부대학교 한국어학과에서 지난 해 12월 29일 다문화가족 쌍방향 언어문화 캠프를 개최하였다.
이 캠프는 한국어에 어느 정도 익숙한 결혼이민 여성과 남편들을 대상으로 하였다. 남편들에게는 부부관계의 중요성을 주지하고 아내들과 남편들에게는 한국어의 높임법에 관한 공부를 실시하였다.

외국인들이 어려워하는 것 중의 하나가 높임법이고 그 다음이 자음동화현상이다. 상대에 따라 높임의 정도와 방법을 남편과 함께 공부하였다. 결혼이민여성들의 대부분은 남편에게 배우든지 독학을 해야 한다. 다문화센터에 와서 공부하는 인원은 극히 일부일 뿐이다. 80% 정도의 여성들이 남편에게 한국어를 배우고 있다.
그렇다면 대부분의 결혼이민 여성의 한국어 교사(1차 한국어 교수자)는 남편이라고 봐야 한다.

그런데 남편이 한국어 실력이 부족하고 잘못된 지식을 갖고 있다면 문제가 된다. 남편은 어머니에게 “엄마 밥 먹어”라고 하면서 아내가 “시엄마 밥 먹어”라고 하면 꾸짖는다.
뭐가 어떻게 잘못되었는지 알려줘야 함에도 불구하고 당연히 알고 있을 것으로 생각하고 나무라는 것이다.
그러므로 우선적으로 남편 교육을 실시해야 한다. 아내 나라의 문화와 기초 언어를 익히는 것은 최소한의 예의다. 가정의 평화와 나라의 미래를 위해 이제는 다문화가정의 남편들이 교육에 임해야 할 때가 되었다.

SNS 기사보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