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필서예가 림성만
문필서예가 림성만

놀라움·폭포에서 나는 물소리 다음으로 듣기 좋은 소리가 바로 댓잎에서 나는 소리와 소나무에서 들려오는 소리입니다. 폭포는 인공으로 만들기 어렵지만, 대나무와 소나무 숲은 조성할 수 있는데, 선비가 거처하는 집에 대나무와 소나무를 심은 이유는 그 푸르른 절개(節槪) 때문이기도 했지만, 한걸음 더 들어가면 소리가 또 있는데 대와 소나무 숲에는 바로 새들의 노랫소리입니다.

대나무는 줄기와 잎이 빽빽하고 소나무는 넉넉하기 때문에 밤에 새들이 몸을 숨기고 잠들기에 그만입니다. 특히 참새들이 그렇고 그래서 새들이 많이 모여들고 또한, 대숲과 소나무 숲은 사시사철 그늘을 드리우는데, 이는 햇볕과 그늘이 이상적으로 배합된 반음 반양(半陰 半陽)의 조명을 유지할 수 있다는 말이기도 합니다.

대나무는 전남 담양을 빼놓고 말할 수 없으며, 소나무 군락은 충남 태안 안면도를 빼놓는다면 서운함이죠. 한자(漢字)로 옮겨 두 고장을 합하면 송죽(松竹)인데, 그 인연도 예사로운 일이 아니었습니다. 지조의 상징 대나무를 곱게 품고 사는 여인이 담양에서 살고, 강직함의 상징 소나무를 품은 사내가 태안에서 살고 있는데, 오늘 그 이야기를 풀어볼까 하는데 쉬운 일은 아닙니다.

 

아쉬움·아무리 생각해봐도 지난달 공부하러 갔던 담양을 떠나기 전 아침밥을 혼자 먹으면서 조금은 허전 했습니다. 아침커피를 함께 마시면서 얼굴을 마주했더라면 하는 아쉬움도 있었지만, 그녀는 사업으로 바쁜 일상이기에 아침에 연락하지 못했으나 천릿길은 기억으로 고스란히 남습니다. 물론 그것조차 저 혼자만의 생각입니다만, 마음이 가는 것은 어쩔 수 없는 현실이 되었고 삶의 연속성이 있기에 그나마 고마운 생각을 해봅니다.

그녀의 작은 미소는 따뜻한 봄볕 같았기에 그 모습을 어찌 잊을 수 있겠습니까. 하지만 만남 자체가 불행인지도 모르는 일입니다. 왜냐면, 다가가려 해도 너무 높아보여 가슴 아리고, 이런 때는 어떤 농익은 표현으로도 글로 적어가기가 쉽지 않아서 속이 많이 상했습니다. 그럼에도 ‘운명’이라는 단어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는데, 다만 그녀를 혼란에 빠트리는 그런 일은 없을 겁니다. 저는 나름 진중하기에 그래도 운명은 어쩔 수 없다는 생각인데 그녀가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지(?) 부족한 게 많아서 아직 공부중이지만, 그러므로 산다는 것은 무엇인가 심오하게 되돌려 생각해 보는 중입니다.

 

그리움·제가 그녀를 얼마나 알고 있다고 그리워할까요. 아직 그리지 못한 하얀 백지로 남아있지만 이제 시작한 것뿐인데, 바꿔 말하면 그리워하고 싶은 건지도 모르겠습니다. 열차 여행 중 중간쯤에서 잠시 내려 출출한 몸, 그 때 가락국수 한 그릇 시켜먹는 그 기분을 알고 계시는지. 그 한 그릇을 다 먹지 않고 칠할 정도만 먹으면 적당한 포만감과 맛이 배가 되는 건데, 제가 공부한 것으로 말하면 ‘과유불급(過猶不及)’입니다. 인간관계도 그렇습니다. 너무 가깝게 다가가면 멀어지고 너무 멀어지면 더 멀어지는 이치이지요. 그렇다고 꼭 이치로만 생각하고 다가간다면 그것은 부당하지 않을까 생각하는데, 물론 각자 생각이 다를 수 있기에 조금은 조심스럽기도 합니다.

더불어 사는 세상살이 이기에 그녀도 조금 마음 열어 준다면 얼마나 좋을까 생각해 보는데, 이 대목에서 아마도 고민이 될지 모르겠습니다. 또 다르게 말하면 ‘종아리가 허벅지보다 굵으면 걸을 수 없다’는 생각인데 있을 수 없는 일들이 너무 많은 현실 속에서 지향하고 있으니, 이쯤 혼자 생각해보는 관점에서 보면 그녀는 나름 철저한 시간표를 보면서 살아가지 않나 싶습니다. 물론 전통적 사업을 하는 대표 입장에선 그럴 수 있겠지만 생활상을 일일이 체크하지 않아도 몸이 알고 있겠지요.

 

서러움·생각하기 나름이지만 저는 꼬집어 말하지 않았는데도 괜히 서러워지는 건 왜일까요. 나이 든다는 것 아직 그런 건 아니라고 말하지만 분명한 서러움입니다. 이럴 때 소통할 수 있는 그녀라면 얼마나 행복할까. 저는 소통이 될 거라고 말하고 싶은데 어쩌면 부담스러울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조금만 생각을 내려놓는다면 그녀에게도 다름이 있는데 주어진 생활 때문에 쉽지는 않겠지요. 아마 자존감도 있을 것이고 그러나 소통은 대단히 중요합니다.

솔직히 현실은 모든 것이 요원합니다. 나이를 말하지 않아도 가끔은 소심해 지는데, 지금껏 공부한 것을 제대로 펼쳐 보이지도 못한 채 시간은 흐르기만 하니 안타까운 일입니다. 하긴, 생각이 중요하지 나이가 중요하던가요. 어떤 경우든 현실을 무시할 순 없고 앞에 둬야 하지만 지나간 일도 쉽게 버릴 순 없습니다. 그녀가 제게 스쳐가듯 지나간 한 가지 일을 살짝 말했던 것도 이해가 됐고, 그것이 삶의 경험이라고 생각하며 인생은 물 흐르듯 흘러가는 것인데, 무엇 하나 아쉽지 않은 일 왜 없겠습니까. 그러기에 나름 아름다운 추억 하나 쯤은 가슴에 새기고 사는 것도 괜찮은 일이 아니던가요.

 

새로움·이젠 지나간 것에서 멀어져야 하고 새로운 것에 도전해야 합니다. 왜냐면 아직 남아있는 시간이 꿈결 같기에, 아마 그녀도 알겁니다. 얼마 남지 않은 삶은 들러리가 되어서는 아니 되며, 자기주장을 분명하고 강력하게 펼치면서 말할 수 있는 현실에서 보면 절대 무리가 아닌 거죠. 새날은 언제나 준비하지 않아도 다가오는데, 우리가 그것을 받아들이기 어려울 뿐. 이젠 시작과 끝은 분명해야 하지만 새로움이 먼저여야 한다는 것은 저의 지론입니다.

‘말 속에 뼈 있네’라는 말이 있습니다만 곡해 없이 이 글 읽어주시면 어떨까 생각하면서 다만, 가벼이 여기지 마시고 세상을 관조하면 어떨까요. 아직도 꿈꿀 일 많고 예쁜 모습으로 살아가고 있으니 하는 말입니다. 하지만 삶에서 무거움과 가벼운 것을 놓고 너무 망설이는 게 문제입니다. 지금 그녀가 가는 길은 지극히 옳은 길이지만, 큰 길만 생각하지 말고 작은 길도 있음을 기억해주면 좋겠다는 생각입니다. 그런 면에서 보면 삶과 사랑과 일은 동질적인 것인지, 삶은 강한자만이 살아내는 세상 같지만 꼭 그런 건 아니죠. 그러므로 그녀가 행복했으면 좋겠습니다. 혹시 왜사냐고 묻는다면 저는 그냥 웃을 겁니다. ‘고수’는 함부로 나서지 않기에 ‘경’이로운 거죠. 그녀가 고수이기에 하는 말입니다. 글 읽어주셔서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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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안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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