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천향대 교수 박동성
순천향대 교수 박동성

한국사회에서 사용되는 다문화와 관련된 용어와 범주는 매우 많다. 역사를 거슬러 올라가면서 용어 사용의 변천을 살펴보면 다문화사회가 변해 온 방식을 파악할 수도 있다.

‘튀기’는 조선조부터 사용된 순수 우리말이며 동물의 잡종을 가리키는 말에서 인종이 다른 부부에게서 태어난 자녀를 가리키는 말로도 사용되었다.

이 말은 6.25전쟁 이후 미군과의 사이에서 태어난 자녀를 가리키는 말로 많이 사용되었으나 상대를 비하하는 차별 용어로 인식되어서 꺼리는 말이었다.

이를 대체하는 용어가 ‘혼혈’이다. 혼혈은 근대 이후에 등장한 단어인데 1910년 5월 19일 황성신문에 ‘혼혈아는 미인’이라는 기사를 찾아볼 수 있다.

오랫동안 한국사회에서 사용되어 온 ‘혼혈’이라는 단어는 문화적으로 인식된 생물학적 차이를 근거로 하여 차별의 대상이 되는 사람이나 집단을 가리키는 말이었다.

그런데 1990년대 들어서면서 이주노동자와 국제결혼 이주자가 증가하면서 그때까지와는 다른 양상으로 ‘혼혈’ 집단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이에 따라 부정적인 의미로 사용되는 ‘혼혈’이라는 용어를 대체하기 위한 여러 단어의 제안이 있었다. 코시안, 국제아, 온누리안 등의 단어가 사용되기도 했고 일본에서 사용되고 있던 반이라는 의미의 ‘하프’를 힌트로 ‘더블’을 제안하기도 했다.

‘다문화’라는 단어가 일반적으로 사용되기 시작한 것은 그리 오래지 않다. 다문화가 대중적으로 논의된 것은 2005년 말 이후이며 그 중심에는 결혼이주여성과 그 자녀가 있었다.

그동안에도 1980년대 말부터 증가하기 시작한 이주노동자 문제가 중요한 담론이 되기는 했다. 그런데 다문화 논의가 결혼이주 여성을 중심으로 부각된 이유는 외국인 유학생이나 투자자, 노동자는 체류 목적과 허가 기간이 끝나면 본국으로 귀환할 것이라고 여기는 데 비하여 결혼이주자는 이혼 등 특수한 상황이 아니면 자녀가 출생하고 가정을 이루며 살아갈 것이며, 한국사회의 ‘합법적인 주민’으로서 구성원이 될 것이라는 전제가 있었기 때문이다.

‘다문화’라는 용어가 정부 정책과 이주노동운동 진영에서 광범위하게 사용되기 시작한 것은 2005년경으로 국제결혼 이주여성의 수가 급격하게 증가함에 따라 이들에 대한 처우가 주요한 사회적 이슈로 다루어지게 된 것과 관련이 깊다.

2003년 교육인적자원부의 분류를 보면 ‘국내 혼혈인’의 범주는 ‘결혼이민자의 2세’를 포함하여 한국인과 외국인과의 사이에서 국내에서 출생한 자녀를 모두 포함하는 것이었다.

2006년 2월 12일 행정자치부가 다인종·다문화사회로의 이행을 골자로 행정 목표를 설정한 후 그 해 4월 26일에 대통령 주재로 열린 다부처 회의에서 ‘혼혈인 및 이주자의 사회통합 기본방향’과 ‘여성결혼이민자 가족의 사회통합 지원대책’이 채택되면서 다문화주의의 구체적인 대상과 지원방안이 제시되었다. 그리고 2008년에 ‘다문화가족지원법’이 제정되었다.

2006년 이후 국제결혼 가정에서 태어난 자녀를 ‘다문화가정 자녀’로 부르는 방식이 일반화되고 혼혈인이라는 표현은 점차 금기어가 되어 갔다. 물론 혼혈이라는 표현이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며 다문화라는 표현으로 대체되었다고 해서 차별이 해소된 것은 아니다.

현재 다문화사회 한국을 구성하는 집단은 다양하다. 금방 떠올릴 수 있는 단어를 나열해 보아도 결혼이주자, 다문화가족, 이주노동자, 불법체류자, 재외동포, 유학생, 외교관, 북한이탈주민 등이 있다.

그런데 이들에 대한 분류 방식이나 명칭이 불쾌한 감정을 일으킬 뿐 아니라 차별의 여지를 만들 수도 있다. 어떤 면에서는 분류 자체가 차별의 가능성을 배태하는 것이기도 하기 때문에 충분한 사회적인 배려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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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안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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