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소값이 폭등하면서 쌈밥집에서도 구경하기 힘들정도로 금상추, 금배추로 불리운다. 지난달 태풍피해로 과일과 생선 값도 예외가 아니다. 추석이 채 한달도 남지 않은 상태에서 물가에 비상이 걸렸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전달에 이어 다시 1%대 초반으로 떨어지면서 12년 만에 최저를 기록했다. 지난해 8월 4.7%까지 급등한 물가에 기저효과가 작용한데다 무상복지 효과가 더해진 탓이다.

기저효과란 어떠한 결과 값을 산출하는 과정에서 기준이 되는 시점과 비교대상 시점의 상대적인 위치에 따라서 그 결과 값이 실제보다 왜곡돼 나타나게 되는 현상을 말한다.

기저효과란 비슷한 의미로써 반사효과라고도 불린다. 다만, 신선식품(채소, 과일, 생선 등) 지수는 폭염으로 전월과 비교해 4.6% 오르는 등 식탁 물가는 여전히 불안한 모습이다.

3일 통계청이 발표한 '8월 소비자물가 동향'에 따르면 소비자물가지수는 2011년 8월보다 1.2% 올라 두 달 연속 1%대에 머물며 2000년 5월(1.1%) 이후 12년 3개월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3년 만에 1%대를 기록한 7월과 비교해도 0.3% 떨어진 수치다.

한 달 새 농축산물 시세는 1.8%, 신선식품 지수는 4.6% 상승했다. 특히 신선식품 중 신선채소는 지난해 8월에 비해 16.5% 하락했으나, 태풍 볼라벤·덴빈의 연속 타격을 받아 과수 낙과 및 양식어류 폐사 등의 피해가 발생한 신선과실과 신선어개(어류와 조개류)는 전년동월 대비 각각 6.9%, 1.7% 올라 '귀한 몸'이 됐다.

그나마 태풍에 따른 농축산물 가격 상승세가 완전히 반영된 숫자도 아니다. 통계청 관계자는 "노지작물과 과일 농사를 망쳐놓은 태풍 볼라벤, 뒤이어 찾아온 덴빈은 8월 말 한반도를 덮쳐 물가를 조사하는 시점과 겹치지 않았다"면서 "태풍에 따른 물가 상승분은 9월 물가지표에 본격적으로 반영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추석(9월 30일) 수요까지 고려하면 다음달도 밥상 차리기 겁나는 한 달이 될 가능성이 높다.

채소와 관련된 음식업에 종사하는 업주들은 남은 채소를 씻어 다시 상에 올리기도 하고, 오르락 내리락 하는 재료비에 조금이나마 보탬이 될까 싶어 직접 파ㆍ마늘ㆍ상추를 가게 앞에서 키우는 사람들도 생겨났다.

신선식품의 종류별 오름폭을 보면 양상추(90.0%), 시금치(64.2%), 수박(55.4%), 부추(46.7%), 오이(33.8%), 깻잎(27.6%), 상추(24.4%), 양배추(23.4%), 배추(15.7%), 참외(16.2%), 포도(14.4%) 등 채소와 과일 값이 전월 대비로 줄줄이 치솟았다.

가공식품 가격도 오름세다. 부침가루(13.2%), 국수(6.2%), 혼합조미료(3.9%), 식용유(2.5%), 맥주(2.2%) 등이 전월보다 올랐다. 특히 지난달에는 '햇반' 같은 즉석밥, '새우깡'을 비롯한 일부 스낵류, 라면, 음료수 등도 줄줄이 올랐다.

이달 중에는 오리온 초코파이도 4년6개월 만에 오른다. 지역에 따라선 학원교습료나 미용료 등 서비스요금도 들썩이고 있다.
문제는 물가인상으로 인한 불안이 추석을 앞두고 발생했다는 점이다. 태풍 볼라벤과 덴빈으로 인해 농가들의 피해가 제일 커 추석 물가가 최악의 비상이 걸렸기 때문이다. 장보러 대형마트에 간 주부들은 하나같이 놀랐다. 시금치와 애호박 상추, 열무 얼갈이 등의 가격이 두배 이상 뛰어 기절초풍했다.

상추 한 박스 4kg이 7만9천원에 거래되고 시금치 한 단에 6천원에 판매되고 있다. 이젠 고기에 상추를 싸 먹어야 되겠다는 얘기까지 나온다. 이와 같은 가격은 추석이 임박해지면 오르면 올랐지 내리진 않을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다가오는 추석, '더도 덜도 말고 한가위만 같아라'는 말은 이젠 옛말이 돼버린지 오래이다.

정부는 조상에게 올리는 차례상이 고통상이 되지 않도록 민생 안정방안 대책을 세워야 한다. 매년 되풀이 되는 각 부처의 물가안정 임시 방편을 종합해 놓은 대책은 무의미하다. 현장을 뛰며 물가를 점검하고 품목별 중점관리나 특별 단속, 직거래 장터 개설 등 해마다 재탕되는 수단들은 일시적 대책에 불과하다. 무엇보다도 서민들이 몸으로 체감할 수 있는 현실적이고도 근본적인 대책이 나와야 할 것이다.

SNS 기사보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