묻지마 범죄가 전국 곳곳에서 열병처럼 번지고 있다.

묻지마 범죄는 아무 이유없이 행해지는 살인 등의 범죄 행위로 불특정인을 범죄 대상으로 삼기 때문에 사회불안을 야기시키는 범죄이다.

일반 범죄에 비해 범행 피해자와 가해자가 상관성이 없으며 폭력이나 알콜 중독 등의 정신적 병리 상태가 동반되는 공통점이 있다. 범죄 심리 분석학자나 심리학자, 정신의학자, 상담 전문가 등에 따르면 해석이 여러 유형으로 나뉘지만 대체적으로 경제적 빈곤이나 반사회적 성격 장애에서 온다고들 말한다.

최근 10여일새 알려진 묻지마 범죄만 6건에 15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 대부분 사건 발단은 사소한 것이었다. 범행이 일어난 곳도 지하철 역, 도심 상가 도로, 심지어 주택가 등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았다.

지난 22일 여의도 흉기난동은 오후 7시20분쯤 직장 동료와 갈등을 겪다가 스트레스로 퇴사한 김모(30)씨가 앙심을 품고 자신이 전에 근무하던 직장 앞으로 가 퇴근하는 전 직장동료 등 4명에게 흉기를 휘둘렀다.
김씨는 지난 2009년 여의도의 한 신용평가사에 입사해 부팀장까지 승진했지만 실적이 떨어져 동료들의 비난을 받자 1년만에 퇴사한 이후 자신을 험담했던 전 직장 동료들에게 앙심을 품고 범행을 벌인 것이다.
김씨는 "혼자서는 억울해서 죽을 수 없었다. 주변에서 날 힘들게 한다"고 했다. 자기 자신에 대한 반성이 아니라 타인에 대한 분노로 표출된 것으로 현대인의 피폐하고도 메마른 감성을 단적으로 보여줬다.

이에 앞서 21일 수원시에서는 장안구 파장동과 정자동 일대에서 술을 마신 강모(39)씨가 흉기를 휘둘러 1명이 사망하고 4명이 부상을 당하는 충격적인 사건이 발생했다.
이날 강씨는 모 주점에서 술값 시비를 벌인 뒤 화풀이 대상을 찾던 중 엉뚱한 곳에서 흉기를 휘둘렀다. 술값 환불과 화풀이 목적으로 흉기를 구입해 주점을 다시 찾아갔으나 술에 만취해 방향을 잃고 엉뚱한 술집에 들어가 술집 여주인과 손님 등 2명에게 상처를 입히고 이어 가정집에 난입해 1명을 숨지게 하고 2명을 다치게 했다.

울산에서도 수년간 은둔형 외톨이로 지내온 20대 남자가 특별한 이유 없이 동네 슈퍼마켓에서 흉기난동을 벌이기도 했다.

또한 18일에는 의정부역에서 흉기 난동사건이 발생했다. 피의자인 유모(39)씨는 이날 오후 6시35분께 지하철 1호선 의정부역 승강장과 전동차 안에서 공업용 커터칼을 마구 휘둘러 승객 8명을 다치게 했다.

이유는 없었다. 단지 순간적으로 격분했을 뿐이었다. 전동차에 탑승한 뒤 침을 뱉는 과정에서 승객 A군(18)과 시비가 일었고 A군이 계속 쫓아와 순간적으로 격분해 승강장과 전동차를 돌아다니며 승객 6명에게 마구잡이로 커터칼을 휘둘러 얼굴 부위 등에 큰 상차를 입혔다. 목수 일 등 일용직으로 근무하는 유씨는 인명을 해칠 수 있는 공업용 커터칼을 항시 휴대하고 다닌 것으로 조사됐다.

이렇듯 묻지마 난동은 거리와 공원, 상점 등 장소와 때를 가리지 않고 발생했다. 이로 인해 시민들은 누가 곁으로만 걸어와도 '혹시 이 사람이 나를 해하지 않을까'하는 강박관념에 사로잡히는 등 크나 큰 후유증을 보이고 있다.

직장인 등은 퇴근후 귀가 시간이 빨라졌다. 밤 늦게까지 하던 모임도 많이 줄어들었다. 평소 같으면 2차에 3차까지 이어졌던 술자리가 자연스럽게 1차에서 끝내고 귀가하기 때문이다. 주부들 사이에서는 묻지마 난동이 단연 화제의 중심에 있다.

특히 딸을 가진 부모들은 수시로 전화해 안부를 묻고, 혹시나 집에 초인종 소리가 들리면 몇번씩 상대방을 확인하고 문을 열어주는 상황이 연출되고 있다.

묻지마 범죄가 심각한 사회문제화 되기 전에 이에대한 대책을 강구해야 한다. 현대경제연구원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 국민 중 절반가량(50.1%)이 자신을 저소득층으로 여기며, 특히 98.1%가 '계층 상승이 어렵다'는 좌절감에 빠져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절망'의 사회, 그게 바로 우리의 현실인 셈이다.

정부는 '절망'의 고달픈 현실이 개선될 수 있도록 경제회복과 복지증진에 힘써야 하겠으며, 경찰은 국민이 신뢰할 수 있는 모습과 함께 강력한 치안대책마련이 시급하다. 그러나 묻지마 범죄는 대상도 장소도 시간도 정해져 있지 않은 만큼 사회 구성원들이 내일같이 나서서 해결할 수 있는 방안 모색도 뒤따라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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