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안군의회 의원 김영인
태안군의회 의원 김영인

아버지는 용돈 떨어지면 찾고, 어머니는 그리우면 찾는다는 말이 있습니다.

어렸을 때 다치거나 아프면 “엄마”하고 울고, 나이가 들어서도 세파에 시달려 힘들 때면 어머니를 찾으면서 우는 것은 인간의 감출 수 없는 본능인 것 같습니다.

천하의 몹쓸 감염병인 코로나19가 사계절의 한 바퀴를 돌았는데도 근자에 보기 드문 한파에 실려 기세등등하게 성깔을 부리며 일상을 빼앗고, 삶의 터전을 짓밟으며 희망의 등잔불을 꺼뜨리려고 덤벼들고 있습니다.

 

우리는 모릅니다만 어머니는 이보다 더한 아픔도 겪으셨고, 견뎌내셨을 겁니다.

우리가 아는 것이라곤 애절하고 구슬픈 어떤 가수의 “보릿고개”라는 가사 내용입니다.

“아야 뛰지 마라 배 꺼질라, 가슴 시린 보릿고개 길, 주린 배 잡고 물 한 바가지 배 채우시던 그 세월을 어찌 사셨소, 초근목피(草根木皮)의 그 시절 바람결에 지워져 갈 때, 어머님 설움 잊고 살았던 한 많은 보릿고개여, 풀피리 꺾어 불던 슬픈 곡조는 어머님의 한숨이었소”곡조에 맞춰 따라 부를 땐 뭉클함이 가슴을 적셨다면 이렇게 한 글자 한 글자 나열해보니 “그 세월을 어찌 사셨소”와 “어머님의 한숨이었소”라는 소절에는 마음이 울컥해지려고 합니다.

 

지난해 우리나라 합계 출산율은 0.84명으로 역대 최저와 세계 최저의 두 가지 불명예 기록을 세웠습니다.

또한, 1970년 공식적으로 출생 통계를 작성한 이후, 사망자 수가 출생아 수를 앞지른 것은 단 한 차례도 없었는데, 지난해 2만838명이 앞지르면서 전문가들의 예상을 9년씩이나 단축시키는 또 다른 기록도 세웠습니다.

지금과는 비교도 할 수 없었던 열악한 시절에도 어머니는 오로지 헌신과 사랑으로 저희들을 낳고 길러주셨습니다.

지금 시절을 만났더라면 인사청문회쯤은 모범생으로 통과해, 어머니는 자랑스러운 보건복지부 장관이 되셨을 겁니다.

 

지금은 초등학교지만 그 시절은 국민학교였습니다.

면 단위 하나밖에 없는 학교는 보통 한 시간쯤은 걸어야 갈 수 있는 거리였는데, 비가 오나 눈이 오나 그 먼 길을 보내놓고 얼마나 자식 걱정에 가슴을 졸였을까요?

그러나, 어머니는 내색 한 번 하지 않으셨습니다.

아니, 내색할 수도 없었습니다.

가난한 살림에 자식들 배곯지 않게 하려고 해질녘까지 논밭을 누비셨고, 구정물까지 아껴 돼지를 길러 계단식 논처럼 층층인 자식들의 중, 고등학교 등록금을 마련했고, 송아지 사다 어미소 만들어 맏아들 대학 등록금까지 마련해준 어머니 당신은 지금 시절을 맞이했다면 기획재정부 장관과 교육부 장관을 겸직할 수 있는 충분한 역량과 지혜를 갖췄다고, 감히 말씀드려 봅니다.

 

연애, 결혼, 출산 세 가지를 포기한 세대를 3포 세대라 말하며, 내 집 마련에 인간관계까지 포기한 세대를 5포 세대라 부르고, 꿈, 희망까지 포기한 세대를 7포 세대라 말하며, 신체적 건강과 외모를 포함해, 아홉 가지를 포기한 세대를 9포

세대라 일컫고 있습니다.

단군 이래 가장 많은 공부를 했고, 스펙을 쌓은 자녀들이라서 안타깝고 애석함이 배가 됩니다만, 만일 이런 상황이 어머니였다면 아마도 포기를 모르셨을 겁니다.

단지, 어머니가 아시는 포기는 배추 포기밖에는 없었을 겁니다.

아마, 어머니가 지금 같은 시절을 맞이했다면, 오대양 육대주를 누비는 산업의 여걸이 되셨을 것이라 확신 또 확신해봅니다.

 

결혼하면 누구 아내이고, 자식 낳으면 누구의 어머니로서, 군번 없는 무명 용사처럼 이름 없는 이 땅의 어머니가 되십니다.

그러나, 신은 모든 곳에 있을 수 없기에 어머니를 만들었다고 합니다.

자식은 힘들 때마다 어머니가 생각나고, 어머니는 언제나 힘들 자식 생각뿐이라고 합니다.

이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음식의 수는 이 세상 모든 어머니 수와 같다고 했습니다.

세 번 외쳐서 눈물이 나는 단어 그것은 어머니라고 했으며, 울 수 있는 가장 좋은 장소는 어머니의 팔이라고 합니다.

북풍한설 몰아치는 추운 겨울이 와야 소나무와 잣나무의 푸름을 알 수 있듯이 유수처럼 흐르는 세월이 준 훈장으로 나이를 보태면서 이제야 “모정의 세월”이란 노랫말의 참뜻이 가슴에 사무치게 새겨집니다.

대한민국 국보 1호와도 비교할 수 없는 자랑스런 태안의 어머님들께 하수상한 코로나 시절에 부디 건강하시고, 행복하시라 통절한 반성으로 마음 깊게 기원해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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