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안읍 발전협의회 회장 김종언
태안읍 발전협의회 회장 김종언

내가 태어나고 자란 천혜의 보고 태안, 아름다운 자연과 살기 좋고 인심 넉넉한 마음은

세계 어디를 내놔도 절대 빠지지 않는다.

시가지 뒤로 보이는 은 병풍을 휘두른 듯 북풍을 막아주고, 아무리 큰 비가 내려도 침수될 곳 없는 안전한 자연환경은 태안군민들에게 평화를 안겨준다. 나아가 부족함 없는 식수는 또 얼마나 감사한 일이던가.

수 십 년 전만 해도 바닷물이 태안군 동문6리 입구까지 들어차 군민들에게 먹거리를 조달하게 했던 곳. 농사철임에도 불구하고 틈틈이 바다에 나가 황발이, 능쟁이, 파래, 세모, 미역 등을 채취하여 풍요로운 식탁을 차리게 하는가 하면, 그것을 팔아 자식들의 학비로 삶의 애환을 안겨주기도 했던 곳이 바로 태안이다.

환동에서 태어나 십수 년을 사셨던 한 어르신은 “환동” 너머가 바로 바다였다. 그때는 삭선의 무내다리 그 위까지도 바닷물이 들어차 수시로 동무들과 바다로 뛰어가 이것저것 잡아다 팔기도 했다. 동쪽으로는 인평리 앞까지 바닷물이 들어올 정도”였다고 말했다.

인근 지방에서는 우리 태안을 ‘부자 동네’로 불렀다. 그도 그럴 것이 구역 구역마다 부족한 농지가 없도록 조상들은 농지 활용을 요긴하게 했고, 직간접으로 삶의 질로 이어질 수 있도록 지혜를 모아 상용화하기도 했다.

바다가 가까이 있다는 것은 ‘생명 터전’이 가까이 있다는 것과 같은 이치다. 지금이야 해수욕을 하는 것쯤으로 전락했다지만, 그 당시만 해도 가난한 주민들에게는 한 가닥 희망이 바로 소금기 가득한 바다였다.

농번기는 농번기대로 바다를 찾아 가족들 배를 채웠고, 농한기 때는 또 그때대로 하루 두 번 구럭과 호미를 들고 뻘로 나가 황발이와 능쟁이 한 구럭을 잡았던 우리네 부모님들. 운이 트이는 날에는 낙지뿐만 아니라 돌 틈에 숨어있는 꽃게나 박하지도 잡는 횡재를 얻었다.

당시에도 금값이었던 꽃게는 동네에서 제법 잘사는 순이네로 철수네로 팔기도 했는데, 그럴 때마다 가족의 생계를 짊어진 아버지들은 두둑해진 주머니를 움켜잡고 집으로 휭하니 돌아와 큰소리로 식구들을 불러 앉혀 그동안 주지못해 안타까웠던 공책값을 들려주기도 했다.

대한민국 입맛을 사로잡는 꽃게 계장 백반은 이렇게 눈물과 웃음으로 만들어진 태안의 대표 먹거리가 됐다. 나아가 김장철에 게장 국물이나 젓갈 국물을 넣어 만든 게국지나, 우럭살을 햇볕에 말려두었다가 한소끔 끓인 우럭젓국은 살을 에는 듯한 추위도 단방에 잊어버릴 정도의 건강한 먹거리로 대한민국 밥상을 탄생시켰다.

언택트 시대를 맞아 많은 분이 우리 고장으로 유입되어 들어온다. 하지만 여기서 안타까운 것은 우리 고장을 대표하는 확실한 추억소환 관광상품이 별반 눈에 띄지 않는다는 것이다. 배를 채우고 돌아갈 때 ‘다시 와야 할 이유를 하나쯤은 남겨두어야 다시 찾는 태안이 된다’는 것쯤은 이제 누구나 아는 상식이 됐다.

얼마 전 타지에서 온 한 후배는 “배는 채웠겠다 느직느직 걸을 수 있는 도심 속 백화산으로 나와 함께 발길을 돌렸는데 의외로 내재된 문화재가 많은 걸 보고 깜짝 놀랐다”는 말을 해왔다. 슬며시 미소짓다 말고 잠시 당황했다. 문화유산이 곳곳에 있지만 나름 제 역할을 못 하고 있다는 것은 크게 보면 후손으로서 죄인이다. 좀 더 현시대에 맞도록 연구하고 지켜냄으로써 미래 세대에게 역사의 발자취를 고스란히 넘겨줘야 마땅하다.

어린 시절, 철모를 미소를 머금고 뛰어다녔던 곳 백화산. 작고 아담한 산이지만 서해를 끼고 있어 풍광이 아름답기로 유명하다. 기암괴석이 소나무와 어우러져 아름다움을 자아내는 곳이며, 유명한 일몰은 최고의 경관으로 손꼽힌다.

미군부대를 거처 현재까지도 국방부가 소유하고 있는 태안의 척추 백화산, 하루속히 되찾아 군민의 휴식공간으로 재탄생 되어야 마땅하다. 역사적 혼이 서린 ‘백화산성’과 ‘태을암’ 그리고 태안의 유일한 국보 문화재 ‘마애삼존불’과 ‘태을동천’ 이곳은 우리 태안의 관광산업육성에도 크게 이바지할 수 있으며 또한 지역민의 소득 창출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 확신한다.

이밖에도 유명한 약수가 샘솟는 ‘냉천동’도 간과할 수 없는 유력한 개발지다. 코로나처럼 전세계가 팬더믹에 빠져 힘겨운 요즘, 적어도 재충전할 수 있는 공간으로 탈바꿈할 수만 있다면 이 또한 명품관광지가 되지 않을까.

아직은 갈 길이 멀다. 시대에 맞는 공업화도 배제할 수 없고, 고속도로 건설 유치는 우리 태안군민이 주축이 되어 추진하여야 한다. 태안읍발전협의회는 이 모든 것을 차질없이 해나가고자 하기에 오늘 하루도 분주히 움직이고 있다.

태안은 ‘보배로운 선물’이란 생각이 살면서 더욱더 절실하게 와닿는다. 그래서 우리 고장을 가꾸고 키워가는 데 최선의 노력을 다하라고 ‘2021년도 태안읍 발전협의회’ 회장으로 선임된 것 같다. 주어진 여건에 맞게 최대한 되살리기 위해 최선을 다 할 생각이다.

신은 도처에 갈 수 없으므로 어머니를 내려보낸 것처럼 신은 모든 곳에 갈 수 없기에 우리 태안에 아름다운 자연의 축복을 내려보낸 것 같다. 인심 좋고 살기 좋은 곳으로 정평이 나 있는 축복의 땅 태안, 잘 보듬고 되살려 다음 세대에게 넘겨줄 예정이다.

코로나가 기성을 부리고 있다. 부디 건강 잘 지키길 바라며, 다가오는 신축년 2021년은 건강과 행복이 두 배로 다가오기를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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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안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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