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춘(靑春)! 이는 듣기만 하여도 가슴이 설레는 말이다. 청춘! 너의 두 손을 가슴에 대고 물방아 같은 심장의 고동을 들어보라. 청춘의 피는 끓는다. 끓는 피에 뛰노는 심장은 거선(巨船)의 기관같이 힘 있다.”

지금부터 91년 전, 서산 출신 민태원 작가는 34세의 세월을 응축해 청춘예찬(靑春禮讚)이란 불후의 명 수필을 남깁니다.

일제의 암흑기에 충청인 고유의 민족정신을 녹여 청춘의 깃발을 치켜세우고 이상과 정열과 지혜를 마음껏 펼쳐나가길 찬미하고 당부하는 글로서 50대 이상에겐 국어 교과서에서 접했던 강건체의 대명사로 기억과 추억을 간직하고 계시리라 봅니다.

 

아마도 그는 서산시와 태안군이 하나의 행정 지명을 공유했던 서산군 출신이었기에 그가 찬미한 청춘예찬의 밑그림이 태안의 자연 풍광과 풋풋한 민심을 함축했다고 확신하며, 민태원 작가님의 정신세계에 녹아들어 태안예찬(泰安禮讚)을 펼쳐볼까 합니다.

고려, 조선시대에 이곳이 해안 지역이었기에 왜구 침범이 빈번했습니다.

이로 인해 국가가 태평하고 평안하라는 뜻을 모아 국태민안(國泰民安)의 준말로 태안이 탄생되었으며, 태평하고 안락하다는 높고 숭고한 가치를 품고 있습니다.

우리나라 지명에서 편안한 안(安)자가 들어가는 곳은 태안, 천안, 진안, 부안, 신안 등 다섯 곳밖에 없는데 앞에 클 태자가 버티고 있는 곳은 태안밖에 없습니다.

이름을 잘 지어야 그 지역이 번성하고 오래간다는데, 고남의 패총과 남면 달산 패총군의 유적 역사를 살펴보면 4500~5000년 경 우리 조상들은 이곳의 강점을 알고 어느 지역보다 일찍 정착을 하게 됩니다.

 

2002년과 2009년에는 우리나라 군 단위 지역으로는 전무후무할 국제 꽃박람회가 안면도에서 두 번씩이나 개최되었습니다. 누가 알고 지었겠습니까. 꽃지해변이 이름 그대로 꽃박람회 중심이 될지를 말입니다. 태안은 천지개벽했고 세계 곳곳에서, 그리고 대한민국 전국 방방곡곡에서는 태안으로 현대판 인해전술을 이루며 몰려들기 시작했습니다. 조용하던 아침의 섬 안면도는 꽃과 나비와 벌이 상생하며 힐링의 아이콘으로 부각됐고, 지명 뜻대로 평안한 잠을 누리기 위하여 전국 읍 지역 중에는 최고 최대의 펜션 시설이 자고 나면 생겨나 새로운 자태로 뽐내며 인터넷을 달구고 지역민들은 입소문으로 몰려든 관광객들 맞기에 여념이 없게 되었습니다. 호박고구마와 고추, 해풍을 머금은 육쪽 마늘, 철마다 올라오는 싱싱한 활어회는 입맛을 힐링하는 태안의 명품 식재료로써 또 다른 구심력으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호사다마라 할까요...

2007년 12월 7일 아침 수저를 놓기 전 홍콩 선적 허베이 스피리트호와 삼성1호의 충돌로 동양의 나폴리라 불리던 만리포 해변이 검은 기름으로 뒤덮이기 시작했고, 삽시간에 태안반도의 어장과 해안국립공원을 기름띠로 물들여 태안이 ‘불안’으로 개명 직전에 몰리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12월의 바닷가 칼바람을 마다 않고 태안 바다를 살려내기 위해 전국에서 몰려든 123만 자원봉사자들의 손길과 온정이 5000년을 지켜 온 군민들의 애향심, 그리고, 불굴의 정신과 연쇄반응을 일으키면서 세계도 놀랐고 군민들도 놀랐을 엄청난 기적으로 악마 같은 기름띠를 흔적도 없이 씻어내 버렸습니다.

 

인류는 돈을 꾸는 종족과 돈을 꿔주는 종족으로 나누어진다고 했습니다.

전국 군 단위 지자체 부채가 평균 100억 원을 넘어서고 있는 가운데 태안군은 빚 없는 모범을 보여 가고 있기에 엄동설한에 돈 꾸러 갈 베짱이 신세와 팔자가 아님을 군민의 이름으로 축원해봅니다.

어제가 지나 오늘이 되고 오늘이 가면 내일이 오는 것 같지만 승자에겐 언제나 오늘만 존재한다고 태안의 오늘을 광의의 해석으로 피력해봅니다.

30개의 해수욕장이 사시사철 색다른 모습으로 아름답게 치장하고, 철 따라 제공되는 바다 별미에 신이 내린 황토흙에서 자란 식재료까지 더해지는 이곳의 멋과 맛과 풍광은 민태원 작가님이 현존해 계신다면 분명 천추에 길이 새길 태안예찬이 청춘예찬 못지않게 나왔으련만 그 흉내라도 내보려고 더듬더듬 마음을 실어 태안예찬을 겨울바람에 연 날리듯 날려봅니다.

코로나19로 모두가 힘들고 우울한 한해였지만 이 또한 지나갈 거란 희망으로 대망의 신축년을 맞이하시길 응원하고 기원해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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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안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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