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반기 정부의 적극적인 물가관리에 힘입어 서민물가가 안정됐다 싶었더니 음식료업체들이 줄줄이 가격 인상 움직임을 보여 또 다시 장바구니 물가에 비상이 걸렸다. 그동안 정부의 가격통제로 울며 겨자먹기식으로 가격을 올리지 못하고 눈치만 보던 식음식료업체들이 원가 부담을 이기지 못하고 줄줄이 가격인상에 나서고 있다.

지난달 27일 업계에 따르면, 삼양식품은 이달부터 ‘삼양라면’을 포함한 6개 품목의 가격을 5~10%(50~70원)인상한다. 삼양식품이 라면 가격을 인상하는 것은 2008년 3월 이후 4년 4개월만이다.
삼양식품은 라면의 주요 원료인 밀가루, 팜유 가격이 급등한데다 스프 원료인 농산물과 해산물의 가격 폭등으로 원가 부담이 가중돼 가격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특히 이번 가격 인상은 원가 상승의 일부분만 반영했다고 밝힘으로써 여차하면 재인상의 여지를 남기고 있다. 인상된 라면을 내용별로 보면 봉지면은 ‘삼양라면’과 ‘수타면’을 700원에서 770원으로 10% 올리고 ‘대관령 김치라면’과 ‘삼양라면 클래식’은 680원에서 730원으로 7.4% 인상한다. 용기면은 ‘컵 삼양라면’을 800원에서 850원으로 6.3% 올리는 한편 ‘큰컵 삼양라면’은 1000원에서 1050원으로 5.0% 올린다. 농심은 앞서 지난해 11월 신라면 등 주요 제품의 가격을 평균 6.2% 올렸으나 삼양식품을 포함한 팔도, 오뚜기 등은 올리지 않았다.

맥주값도 오른다. 하이트진로는 오는 28일부터 맥주 공장출고가격을 5.93% 인상한다. 3년만에 인상되는 대상은 병맥주, 캔맥주, 페트맥주 등 하이트진로의 맥주 전제품이다. 이에 따라 출고가격은 하이트 500㎖ 병맥주 1병당 60원 정도 오르고, 연쇄적으로 대형마트, 슈퍼마켓 등 일반 소매점 가격은 80원 정도 인상될 전망이다.

맥주 가격 인상 방침이 알려진 이날 일부 대형마트에서는 '오르기 전에 미리 사두자'는 사재기 현상도 벌어졌다. 작년말 오비맥주가 수차례 출고가 인상 시도를 했다가 주류업 허가 당국인 국세청 등의 눈치를 보느라 철회했을 당시 강도 높은 세무조사를 받고 있었던 하이트진로는 인상 의지를 드러낼 상황이 아니었다.

하지만 맥아, 보리 등 맥주의 주원료 가격 상승과 포장재료, 운송비 상승 등 가격 인상 압박을 더 견딜 수 없어 이러한 결정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가뭄과 장마 등 기상 이변으로 신선채소, 쌀 등 주요 농산물 가격이 다시 들썩이고 있고, 최근에는 국제 곡물가격마저 폭등세다.

남미와 미국 등 주요 곡창지대에서 이상 고온과 가뭄이 발생하면서 옥수수와 밀, 대두 등의 곡물 가격이 한 달 사이 40%까지 뛰었다. 국제 곡물가격은 보통 4~7개월의 시차를 두고 국내 시장에 반영되는 것을 고려하면 연말 국내 식품가격 인상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가격 인상 품목이 이정도선에서 끝나면 그나마 다행이지만 설상가상으로 공공요금 오름세도 만만치 않다. 6월말 도시가스 도매요금이 평균 4.9% 인상됐고, 여름철 전력 피크기간을 앞두고 평균 4% 안팎의 전기요금 인상안도 거론되고 있는 상황이다. 우편, 철도요금, 교통료 등이 포함된 지방공공요금도 10% 이상 오를 것으로 보인다.

정부의 물가관리에 구멍이 생긴 것은 아닌지 불안하다. 식음료업계뿐만 아니라 이때가 기회다며 전혀 다른 업계로까지 가격인상이 이어지면 서민들은 더이상 나아갈 곳도 물러날 곳도 없다. 동냥은 못줄 망정 쪽박은 깨지 말라는 옛말도 있다. 지금은 너도나도 할 것 없이 모두다 어려운 시기이다. 정부나 국민 누구나 할 것 없이 모두다 지혜를 모아 지금의 어려운 상황을 극복해 나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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