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이 모두의 예상을 뒤엎고 기준금리를 13개월만에 기존 3.25%에서 3.0%로 0.25% 내렸다. 한은은 최근 금융통화위원회를 열어 기준금리 변경에 대한 회의를 진행한 후 이같은 발표를 했다. 이 회의를 통해 기준금리가 인하될 것이라고 예상한 전문가들은 거의 없었다는 것이 후문이다.

경제정책은 크게 재정정책과 금융정책으로 나눌 수 있다. 정부가 사용하는 재정정책은 정부의 재정 집행을 늘리거나 줄이는 것, 재정 집행 시기를 앞당기거나 미루는 것, 세금을 올리거나 내리는 것 등의 방법이 있다. 금융정책은 한국은행이 사용하는 것으로, 대표적인 게 바로 기준금리를 결정하는 일이다.

기준금리 인하는 흔히 '정밀폭격'과 대비되는 '융단폭격'에 비유된다. 거시경제와 금융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광범위하고 무차별적이기 때문이다. 특히 돈을 빌리는 쪽은 이자부담이 줄어드는 혜택을 보지만, 돈을 굴리는 쪽은 예금이자가 줄어 손해를 입기 마련이다.

다시 말하면, 기준금리를 내리는 것은 경기 회복에 도움을 주기 위해서다. 금리가 인하되면 기업들은 대출 비용이 낮아지므로 쉽게 돈을 빌려 투자에 활용할 수 있고, 가계도 은행에서 낮은 금리로 돈을 빌려 자동차나 전자제품과 같은 고가의 내구소비재를 사거나 주택을 구입하는 데 사용할 것으로 기대할 수 있다. 이렇게 되면 투자와 소비가 늘어나면서 경기가 활성화되는 효과를 누릴 수 있다.

또한 금리가 낮아지면 대출이 늘어나 시중에 돈이 많이 풀리는 효과도 생긴다. 돈이 많이 풀리면 물가는 좀 오르겠지만, 부동산이나 주식 같은 자산 가격도 오르고, 이 자산을 보유한 사람들의 자본소득이 늘어나 역시 소비가 증가하리라 기대할 수 있다.

최근 유럽중앙은행(ECB)과 중국 인민은행이 기준금리를 인하한 것도 영향을 미쳤으리라 본다. 그만큼 유럽 재정위기로 촉발된 경기 둔화의 먹구름이 심상치 않다는 얘기일 것이다. 하지만 금리 인하로 우리 경제의 최대 불안 요인인 가계부채는 연착륙에서 멀어지지 않을까 우려된다. 또한 안정세로 접어든 물가에 불똥이 튈수 있다는 점도 경계해야 할 것이다.

금통위가 금리를 전격 인하한 것은 글로벌 경기침체에 대한 끝모를 불안감이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그간 인플레 기대심리를 잡지 못한 것이나 가계 빚을 눈덩이처럼 키운데는 금리 정상화가 늦어진 탓이 크다. 가계부채와 물가 문제를 해결하려면 기준금리의 적정 수준이 4%이상은 돼야 한다. 하지만 한은은 경기가 괜찮았을 때 금리를 올리지 못했다.

그러다 경기가 침체되니 금리를 올리지도 내리지도 못하는 상태에 빠졌던 것이다. 그 기간이 1년이나 된다.
어떻게 보면 우리는 너무나 어려운 숙제를 한국은행에 기대하고 있다. 선제적으로 잘 대응해 경기 과열과 침체를 막고, 부동산 시장에서 거품이 생기지 않도록 해야 하며, 경기 침체가 수출 부진에서 비롯되더라도 금리정책을 통해 경기를 다시 살려내라는 식의 기대를 하고 있을 수 있다. 그러나 과거 경험이나 경제 이론들은 한국은행이 만능 소유자는 아니라는 점을 보여 주고 있다.

한국은행이 금리를 내려야 하는 사정을 보면 우리 경제가 처한 현실이 안타깝다. 선진국들의 경제위기가 우리 경제에 큰 암운을 드리우고 있는데, 효과가 제한적일 수밖에 없는 금리 인하 말고는 대응할 수단이 없기 때문이다.

한은의 기준금리 인하는 가계나 중소기업 등의 이자부담을 줄여주자는 취지일 것이다. 그러나 금리인하가 잘못하면 부동산 시장에 불을 붙이는 꼴이 될 수도 있다. 모든 정책이 그러하듯 모든이들에게 만족을 줄 수는 없다. 다만 금리 인하를 통해 경기회복을 가져다 주는 호기가 되길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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