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한민족 그 백성 그 민중의 얼은 무엇인가? 그 내부의 정신은 무엇인가? 스스로 나라를 지켜 외적일 때는 외적에게 내적일 때는 내적에게 목숨을 걸고 저항하는 그 내부의 불꽃은 무엇인가? 시달림 착취 학대와 차별 속에서도 없는 듯 그대로 있고, 죽은 듯 언제나 살아 일어나는 어리석은 듯 현명하고 무력한 듯 강한, 모르는 듯 다 알고 안보는 듯 다 보고있는, 밀물처럼 밀어닥치고 요원의 불처럼 밀어 닥치고 활활히 번지는 한민족 그 백성 그 민중적 정신은 무엇인가? 그 불사의 불길은 무엇인가?

외적이 들어와 나라를 칠 때는 그 외적과 싸워 조국을 지키고 내정이 썩어서 나라를 그르칠 때는 그것을 타도하여 나라의 병폐를 바로잡는 그들 민중 그들 백성 그들은 나라의 무명의 주인 그들은 나라의 저력이었다. 그들의 부정은 부정으로, 부패는 부패로, 비행은 비행, 비리는 비리, 착취는 착취, 차별은 차별임을. 바로 보아 끝까지 참고 끝까지 오래 견디다가 일어서야 할 마지막일 때면 들고 일어나 노한 황소, 노한 사자, 노도와 불길로 활활 대어 말살해 버려야 할 그 공적, 부정과 악에게 도전했다.

순조 11년에는 홍경래가 철종 13년에는 삼정의 란이 당쟁에 썩고 세도에 문란해진 가렴주구 횡포 학대 견디다, 견디다, 견디다 못해 분노로 불붙여 일어났다. 고종을유 1885년 토산 예주 원주의 민요(民擾)가, 무자 1888년 고산 북청 영흥, 을축 1889년 길주 전주 광양 수원에서, 경인 1890년 함창 제주 고성 평산, 임진 1892년에는 함흥 덕원 낭천 예천 회령 성천 강계에서, 계사 1893년에는 인천 황간 청풍 개성 철도 재령 중화 황주 금성 고부의 민요가 일어났다.

그 중에서도 고부(古阜), 고부의 민란은 곧 갑오 동학으로 양반 지배계급의 부패 억압 수탈을 당해온 농민들이 인내천의 자유와 평등 보국안민의 큰 가치를 사회제도와 국가정치의 대개혁을 기획하여 “불살인(不殺人) 불살물(不殺物) 충효쌍전(忠孝雙全) 제세안민(濟世安民) 축멸왜이(逐滅倭夷) 징청성도(澄淸聖道) 구병인경(驅兵人京) 진멸권귀(盡滅權貴)” 의 싸움 강령을, 근대의 첫 횃불 민족 민주 불멸의 불씨 자주, 민주, 민권의 첫 깃발이었다. 그것은 실로 5백년 조선조 그 뒤 모두의 시대를 통한 가장 값지고 장렬한 봉기 살아 있는 한 민족의 참 외침이었다.

백산에 진치고 황토현에서 대승하고 정읍 고창 무장 영광을 단걸음에 휘말고 전주성을 들이쳐 함락시켰다. 호시탐탐 기회를 노리던 청나라 군함이 출동하고 침략의 야욕에 불타고 있던 일본 육전대가 입성했다. 청나라와 일본 양국에 전단이 열리고 야심의 일본이 승리했다. 무력간섭 일제가 그 본성을 드러내고 갑오경장이 강요됐다. 노일 전쟁에 일본이 또 이기고 날이 갈수록 일제는 횡포를 더 했는데, 한국병탄, 제국주의 일본의 교활한 흉계에 조선왕조는 붕괴돼 갔다. 을사 5조약 경무 실국, 강도 일본의 총칼 앞에 조국은 망했다. 아! 저 35년 피와 죽음 암흑과 잔학, 지루하고 처절하던 지옥의 시련은 닥쳐왔다.

2. 아! 그 날 만세 부른 1919년 3월 1일은 참으로 장했다. 오늘 가만히 우러러 푸른 저 하늘속 막막한 저 하늘속 그 날의 울림을 더듬으면 만세! 만세! 독립만세! 만세! 그때 뜨거이 구천에 사무처라 피끓어 외치던 그 소리 피의 소리 은은히 되살아 울려오는 아 그날 만세 부른 1919년 3월 1일은 참으로 장했다.

오늘 가만히 고개 숙여 칙칙한 이 우리 땅, 그 흙속 아득한 속에 귀 기울여 더듬으면 아! 총칼에 맨 주먹 있었으면 그 기발 하나로 외치다 독립을, 외치다 자유를, 외치다 평화를 아! 그때 피 흘려 강으로 넘쳐 유유히 굽이쳤던 그 지하의 소리, 피의 소리, 은은히 살아 되돌아오는 가슴의 피들이 또 한 번 치솟아 뜨거이 들끓어 설레인다. 아! 잊을 수가 없다. 저절로 들끓는 스스로의 피 그 소릴 막을 수가 없다. 이날, 그리고 또 알겠다. 아니 갈수록 더 알겠다.

놈들의 경찰과 놈들의 수비대 그 이리 그 귀축 그 포악 앞에 죽어간 그 심정 그 분노 그 억울을 갈수록 더욱 절실하게 그 날의 원한을 알겠다. 이 이리 천년을 가도 양이 안 되고 그 이리떼 독사 천년이 가도 비둘기로는 안변할 그 이리떼 오늘도 여전히 이 땅 이 겨레를 노리는 한 그 독사 그 몸뚱어리, 아직도 우리를 노리는 한(限) 잊으랴 아! 어찌.

지긋지긋한 그 잔학과 착취와 간계 위협과 압박과 잔인과 공갈과 감시, 기만과 능욕 헌병과 경찰 고등계 총독정치와 제국주의 고혈을, 생명을 일체의 소유를 약탈해 가던 그 속박에서 암흑에서 죽음에서의 항거 맨주먹 맨 목숨 붉은 피만의 투쟁을, 다만 자유 다만 독립 다만 평등 다만 평화만에의 불 외침을 아! 알겠다. 역력히 갈수록 알겠다. 3월 1일의 만셋날 저절로 가슴에 피가 끓어 끓어오르는 이 내부의 소리로 심상한 날이 아님을 알겠다.

3. 8월 15일, 1945년 8월 15일 해방의 그날은 울었다. 서로가 부둥켜안고 온 겨레가 모두 울었다. 그 기나긴 죽음의 골짝 깜깜한 유랑과 박해에서 풀려 비로소 맞대보는 뜨거운 핏줄, 비로소 나눠보는 한겨레 사랑에 그리고 또 다짐했다. 다시는 피압박 다시는 노예 멍에 매지 말자고 그리고 또 믿었다. 오늘 보다는 내일을 내일 보다는 내내 일을 조금씩은 그래도 보람을 걸어 오늘 보다는 내일 더 잘 살아 볼 것을 아! 그러면서 겪었다.

8월 15일 직후의 저 혼란을 세기의 큰 비극 6·25를 3·15폭정 4·19혁명 5·16 구테타 12·12 하극상 민주역사의 진통을 그리하여 겨레는 죽으면서 살아 일어나고 피 흘리면서 자랐다. 견디면서 깨닫고 모두를 알면서 참았으며, 그리고 우리는 이미 어제의 우리가 아니다. 눌린 것 같으나 일어나고 죽은 것 같은 그 속에 불을 안고 순박한 피 속에 폭발적 부정과 불의를 가릴 줄 아는 민족의 예지와 민족의 총명 모든 것을 이미 알고 체험해 온 것, 적어도 그 자유 적어도 그 민주주의 죽음보다 더 강한 자유애의 의지를 싸워서 스스로 전취해야 할 민주주의라는 것의 기본을...

▶▶다음호에 계속

SNS 기사보내기
편집국 기자
저작권자 © 태안미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