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물국회, 무능국회, 폭력국회라는 오명을 안은채 제18대 국회가 막을 내리고 지난달 30일 제19대 국회가 시작됐다. 지난 18대 국회는 임기 내내 여야 양측의 힘겨루기가 이어지면서 심지어는 폭력이 난무하는 볼썽사나운 모습을 수차례 연출하며 민심에 커다란 상처를 입혔다.

겉모습만 보면 여당이 새누리당으로 야당이 민주통합당 등 지난 18대 국회와는 많이 다르다. 의석도 지난 18대의 299석에 비해 1석 늘어난 300석을 맞췄다. 의석 배분도 여야가 고루게 비교적 균형을 이루고 있다. 제 1당인 새누리당이 150석으로 과반에 조금 못 미치면서 적어도 외형적으로는 일당 독주가 어려운 모양새다.

그러나 출발부터 순조롭지 않을 전망이다. 정당 사상 미증유의 통합진보당 비례대표경선 부정사태로 시작하기도 전에 권위가 땅에 떨어졌다. 총선에서 과반수 의석을 차지했던 새누리당은 문대성, 김형태 당선자가 각각 논문 표절과 추문으로 탈당함으로써 과반수 의석을 차지하는데 실패했다. 결국 19대 국회는 진보진영의 부정경선, 보수진영의 부실공천으로 민의를 왜곡한 채 출범하게 됐다.

설상가상으로 국회 다수당인 새누리당과 민주통합당은 원 구성을 두고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 바로 상임위원장 배분을 놓고 치열한 밥그릇 싸움을 하고 있는 것이다.

서로 비중있는 상임위원장 자리를 차지하기 위해 한치의 양보가 없다. 이러다간 19대 국회도 법정 개원일을 맞추기 힘들다. 국회법은 임기 개시 7일째 되는 날 첫 임시회 본회의를 열어 의장단을 구성하고, 이후 3일 이내에 상임위원장을 선출해야 한다.

국회 사무처는 여야가 상임위원회 배정 이견으로 19대 국회 개원이 불투명한 상황에서 국회 정문에 임시국회 소집공고일의 준법 시한을 오는 5일까지로 못 박아 내걸었다.

새누리당 이한구 원내대표는 “법이 정한 최소의 절차를 제대로 이행하는 것이 상생정치의 시작”이라며 “소집공고까지 나 있는 마당에 (임시국회 개원) 이행이 안 되면 이건 국회망신”이라고 민주통합당을 압박했다.

그는 “상임위원장 자리는 시간을 두고 결정하더라도, 국회의장과 부의장은 반드시 선출해서 대외적으로 나라망신 시키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예정된 국회 개원을 요구했다.

그러나 국회가 개원된다고 만사는 아니다.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있는 상황에서 이번 국회는 여야의 극한 대립으로 난항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상임위 활동은 물론 국정감사, 새해예산안 심사 등에서 국리민복보다는 대선정국을 유리하게 조성하려는 정략이 판을 칠 것이 분명해서다.

부정경선으로 선출된 국회의원들과 자질이 부족한 국회의원들이 2천억원짜리 호화판 국회의원회관에 문패를 다는 것도 모자라 국회의 구태까지 감수해야 한다면 국민은 실망을 넘어 정치적 무기력 상태에 빠질 것이다. 두려운 일이다.

선거기간, 민생을 외치며 표심에 읍소하던 국회의원들의 모습이 얼마나 갈지 심히 걱정이다. 제19대 국회는 화려한 겉치레보다는 실속을 챙기고 국민을 생각하는 국회가 돼야 할 것이며, 국민의 작은 목소리도 크게 듣는 민생국회, 생활정치를 실천하고 국민을 무서워하는 국회가 되길 바란다. 낮은 자세로 국민을 섬기는 의원상을 기대한다. 특권은 버리고 국민과의 약속을 지키는 믿음의 국회를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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