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마다 찾아오는 10월 9일은 세종대왕께서 백성들을 위하여 중국의 글인 한문(漢文)의 어려움을 알고 고심(苦心) 끝에, 집현전 학사들에게 한글을 만들게 하여 선포한지 576년째 되는 해이다. 한문은 너무 복잡하여 배우기도 어렵고, 쓰기도 어려워 세계 역사상 쉬운 글을, 남의 나라 글을 모방(模倣)하지 않고 소리글을 만든 위대한 나라이며 위대한 국민이다. 오
큰 물줄기가 없는 곳에서 살다보니 문득 가을 강이 그리워지는데, “날개가 있는 새는 허공을 날아오르되 떨어지지 않고, 공중에 떠 있다 해도 그곳에 멈추지 않는다”(대품반야경) 했습니다. 무상한 강물은 그와 같을 것인데, 한순간도 머물러 본 바 없이 더 낮은 바다로 향하되 강물은 늘 그 자리에 있고, 하늘에 하나인 달이 일천 강에 한결같이 제 자취를 남기면
약속은 지킬 때까지 기다리는 것이다약속은 없었지만 내가 그녀의마음을 읽었다면 앞서나간 것일까일 년 지나고 또 일 년 지나면그대 오실 건가요가뭇없는 세계 꿈들 다 사라지고 나면그때 비로소 그대 오실 건가요남은 날들은 남은 자들의 것이고남은 슬픔이야 남은 세상의 것이라 말하지만하늘이 높습니다 별이거나 달 구름숨은 빛과 먼 빛들 그대를 스쳐지나간추억의 물결 위에
내가 본격적으로 서예공부를 하기 전까지는 태안군이 서산군과 합해 있었다. 원래는 태안군이 독립된 군으로 있었지만 1914년 일제가 서산군과 태안군을 관리하기 불편하다는 자신들의 이유로 통합하였는데, 내 스승이셨던 ‘심회당 엄해명’ 선생은 ‘자네는 충청도 서산’ 사람이기에 아호로 청서(淸瑞)로 작명해주었는데, 충청의 청(淸)과 서산의 서(瑞) 즉, ‘맑고 상
인본주의(人本主義)와 실사구시(實事求是)에 뿌리를 둔 다산 정약용(茶山 丁若鏞, 1792~1836년)의 저술과 사상은 여전히 인류가 나아갈 방향에 대한 가르침이 되어주고 있다. 조선 실학을 집대성한 학자이자 교육자이며, 500여 권의 책을 쓴 저술가, 배다리와 수원 화성을 설계하고 거중기를 발명한 과학자, 시대의 아픔을 기록하고 전근대적 모순을 타파하고자
파크골프란 공원(park) + 골프(golf) 합성어로 가족 친구들과 함께 가까운 공원에서 즐길 수 있는 골프 게임이다.파크골프의 역사는 그리 오래되지는 않았다. 1984년 일본 북해도 마크베추 공원에서 시작되었으며, 현재 북해도를 중심으로 1000여 개의 클럽이 있을 정도로 인기가 많고, 특히 선진국에서 폭발적인 증가 추세를 보이고 있다. 우리나라에도 2
무엇을 감추려는지이쪽 바닷가 깊숙이 들어앉은몽대포구는 아무것도 보여주질 않았다바닷새들이 버리고 간 텅 빈 저녁깊게 깔린 어둠도 부족해바다안개는 한 치 앞도 허락하지 않고방파제 들머리에서 들리는 건나지막한 파돗소리 뿐이다바다안개 속에 그녀가 서 있는데지친 하루 자신을 위로함인가그녀가 택한 몽대 포구였지만밑으로부터 치밀어 오르는밤바다는 아무것도 보여주지 않았다
무더위가 이렇게 심한 건 지구촌 온난화 때문인데, 예년에 비해 시내를 걸어 다니다 보면 시원한 계곡이 절로 떠오른다. 셔츠 단추를 한두 개쯤 풀고 바지를 무릎까지 걷어 올린 채 발을 담그면 시원한 바람이 이마를 씻어주는 그런 계곡 말이다. 사람들은 더우면 바지를 걷고 물에 들어갈 생각부터 하는데, 몇백 년 전 조선시대 선비의 피서법 역시 지금과 별다를 게
삼복 더위, 무슨 바람이 불었는지 땀을 흘리며 서울을 향한 버스에 몸을 실었다. 부암동 구석에 자리한 무계원에 가기 위한 행위였는데, 무계원은 조선 말기 서화가 이병직의 집을 개조한 문화공간이다. 한옥 안에서 2시간 동안 다도를 보여주는 강좌가 열린다기에 선뜻 신청했다. 그간 좋은 사람들이 내어주는 차를 받은 적은 많지만, 누군가에게 정성껏 차를 대접한 적
안면도너와 연결되듯거친 숨 쉬는 육지의 손과파도에 잠길 듯가냘픈 섬의 옷자락 잡으러길을 내는 긴 쌍연육교 건너섬의 깊숙한 자궁으로 파고들어육지에서 지친 사내는 제 속 못 이겨서쪽바다 갯벌에 검은 오물을 토한다이내 흰 포말의 거품을 문 파도는게눈 감추듯 쓸어커다란 치맛자락에 감추고나는 흰 이빨 드러내며철썩이는 파도를 뒤로 하고살가죽에 소금기 묻은 채사람들 숨
삼면이 바다로 둘러싸여 있고 솔 내음과 갯벌이 살아 숨쉬며 농어민들이 희망을 안고 소박하게 살아가는 국립해양공원이 있는 이곳 태안반도에서 잠시 숨을 고르고 살아온 지난날의 발자취를 더듬어봅니다. 칠남매의 막내로 태어나 철없이 천방지축 개구쟁이처럼 살아왔던 날들이 엊그제 같은데 어언 내 나이 산수(팔순)에 접어들었다. 지나온 날을 뒤돌아보니 후회되고 부족한
한국 전통 건축에서는 완성된 공간의 크기와 형태보다 중요한 것이 있다. 물리적인 형태에 앞서, 소유를 초월해 시야와 자연을 포용하는 우아한 태도가 먼저였던 것인데, ‘건축물’은 거기에 서 있으나 ‘건축’은 유동적으로 흐르고 움직인다. 비어있으되 가득찬 공간이 생겨났고, 욕심을 버려 검박한 공간에 유유자적 기운이 흘러 사람들은 목과 마음을 강건하게 가꾸었으며
한글사랑지원 조례에 부치는 글 태안군의회에서 지난해에 약 100건에 못 미치는 조례가 제정 또는 개정(일부개정)되었다. 의회의 의무 중에 큰 비중을 차지하는 부분이다. 그런데 조례를 제정한 후의 조치가 미흡하다고 생각되는 부분에 대하여 언급하고자 한다. 우리나라는 오랫동안 한자(漢字)권역에 속해 있어서 한자와 한글을 겸용하지 않을 수 없고, 또한 이에 더하
한 국가의 문화적 이미지는 경제와 산업분야에 막대한 영향을 미친다. 굳이 한국의 브랜드 이미지를 정한다면 개인적으로는 백자 달항아리와 정자(亭子)를 심벌로 삼고 싶은데, 혹자는 달항아리가 정말로 그렇게 위대한 예술적 가치를 갖고 있는 것인지 의아해할지도 모르겠지만, 달항아리는 우리에게 너무도 익숙한 것이어서 각별히 생각되지 않을 뿐 모나리자에 견줄 수 있는
신두리 그곳엔아무도 느끼지 못했을지 모르지만그 바닷가 모래언덕엔춤출 수도 없는 기억 속에서아무런 이유도 없는 길어진 시간들그 속에 남아있는 건 아련함이 아닐까모든 걸 포기하고 싶었을 때나는 완행버스로 더듬더듬 신두리를 찾는다그런데 왜 눈물빛이 고이는 건지김밥 한 줄 가방에 넣고 마주한 건광활한 모래언덕과 바람과 끝없는 바다였다느끼는 것은 바람뿐이었을까내 심
「은하의 동서쪽 별이 만난다는 칠석」 여름철의 또 다른 명절로는 칠석이 있다. 우리에게는 칠석에 행하는 풍습보다 견우와 직녀 이야기가 더 잘 알려져 있는데, 이 설화를 포함한 칠석의 유래는 여름철 별의 움직임에서 시작되었다. 이때에 별자리는 북두칠성이 한쪽에 몰려 있고 동쪽과 서쪽에 큰 별이 서로 마주보는 모양새가 되는데, 여름철 별자리가 만들어낸 명절인
바다 저 끝엔 도대체 무엇이 있을까아무런 상심없이 지낸다는 건바닷가에서 생각할 일은 아니지만그리움이 앞에 있는 건 어찌할 수 없는 것전설속의 바다 한가운데 두 바위섬은무슨 사연 그리 많아 파도에 휩싸여 있을까남쪽을 그리워하는 내 마음속의 그녀생각속의 망각은 아니기에오늘 하루도 철없는 그녀를 생각하지만바닷가에 서있는 고독의 사내가 기억되는가더 그리워하고 그리
자국「존재를 증명하는 흔적」우리는 살아 움직이고 만지고 만들고 잡기도 한다. 다른 대상, 그리고 세상과 교감하며 살아가는데, 그것은 에너지를 나누고 순환하게 하는, 살아있음을 증명하는 행동일지 모른다. 그렇게 서로 ‘닿음’으로 인해 생겨나는 흔적을 우리는 자국이라 부르며, 의도했든 의도치 않았든, 미처 인지하지 못했던 수많은 순간 우리는 어딘가에 자국을 남
신두리에서 그 모래 언덕은 지쳐있었다뭇 사람들의 힘에지친 모습을 보고 나는 바람이 부러웠다자유로운 바람 그 바람이검은 빛 벼루 위에서 먹이 춤추고순백의 한지 위에서 붓이 춤추지만진정 마음 속에서 춤출 때는 언제인지쪽빛 바다를 흠집 내는 백색 물결과 바람빛은 또한 내 시선에 깊은 상처를 입힌다지금 그대 바다를 바라보지만물과 빛과 대기가 만나서 이루는바다의 표
마지막 곡선-간이역- 문필서예가 림석만 멈춤이 사라진 시대우린 어디쯤에서 멈춰야 하는가세상이 빠르게 움직이는 시대이지만가끔은 멈춰야 한다한 마리 누에고치처럼 서서히 움직여지상 최고 속도를 내는 고속열차라지만과연 무엇을 위해 그렇게 빠른 걸까?멈춰야한다 작지만 정감 있는 간이역에서는... 속도가 삼켜버린 지상의 길들애초 길은 직선이 아닌 곡선이었다하지만 지금